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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 패션 소비자 너머, 지속가능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 중에는 소비를 하지 않는 소비자인 ‘디컨슈머’도 있습니다. 이들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 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소비 자체를 줄이려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현재의 소비 시장에 문제를 제기하며 제품의 느린 소비 시나리오를 지향합니다. 더 나아가 소비를 하지 않음으로써 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하고 있죠.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의 저자 이소연씨는 이미 많은 옷들이 구매되고 생산되었기 때문에 옷을 사는 대신 빌려 입고 받아 입고 바꿔 입기를 행하고 있으며, 그것을 우리에게도 제안합니다. 

또 다른 소비자들

‘소비자’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소비자의 모습인가요? 소비자는 단순히 재화를 구매하는 사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소비자는 재화의 구매를 계획하고, 재화를 구매하며, 사용하고, 이후에 처리하기까지 하는 행위자이지요. 또 동시에 소비자들은 소비 이전의 생활자 시민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의 소비 생활은 개인적인 가치와 태도, 개인적인 상황, 주변 환경 등에 영향을 받으며 달라집니다. 소비자의 구매 전과 후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사고나 가치, 태도, 믿음을 ‘소비자 의식’이라고 하는데, 소비자는 그가 가진 특정 가치 및 행동양식에 대한 태도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죠. 소비자 의식에 따라 소비자들은 환경과 사회 문제에 대해 반응하며 소비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불매운동, 윤리적 소비, 지속 가능 소비 등이 그 예시입니다. 소비자들은 사회의 변화에 반응하고, 동시에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체로서 패션 산업에 참여하고 있지요. 

소비자로 살아간다는 것

지속 가능한 소비 생태계의 변화를 우선 살펴봅시다. 대량생산, 대량소비가 급증한 20세기 이후 현대사회는 전반적인 문제들, 사회적이고 환경적이며 경제적이고 문화적 불평등의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에 소비자, 기업, 정부 모두 지속가능성에 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들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소비를 하기 시작하고,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으로 지속가능성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점진적인 관심으로 인해 현재는 CEO의 90% 이상이 지속가능성이 사업 성공의 기본 요소로 논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 개념을 제품 및 서비스의 일부로 통합하는 것이죠. (BoF-McKinsey, 2019; 김지영, 고은주, 2019에서 재인용) 

그에 따른 지속 가능 제품에 대한 소비량과 지불의사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CJ 마케팅 계열사 메조미디어의 2023년 설문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75%가 지속 가능 활동을 하는 기업을 선호하며, 61%가 기업의 지속 가능 활동이 제품 구입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죠. 

지속 가능한 소비 지향의 변화

지속 가능한 제품이라는 것은 소재, 디자인 등 여러 측면에서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물건을 재사용하는 것, 재활용하는 것, 친환경적인 소재를 사용하는 것, 제조 과정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 화학 물질 사용을 억제하는 것, 내구성이 좋은 것, 모두 지속 가능한 제품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지속 가능 제품에 대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소비는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와 관련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패션 제품뿐만 아니라 친환경 제품 전반의 구매 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소비자가 친환경 제품의 환경적 혜택에 대해 인지하고 신뢰한다고 해서 늘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친환경 제품의 가격, 성능에 대한 우려 등이 있기 때문이에요 (Ju, S.,&Chung, M., 2014). 다음 단락에서 이에 대해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제 지속 가능 패션의 영역을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패션 소비는 다른 제품에 대한 소비와는 조금 다른 특성이 있기도 합니다. 패션 소비에 있어서 소비자는 심미성, 브랜드 인지도, 실용성, 기능성 등 다각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 때문에 지속 가능 패션에 대해서도 하나의 측면만 보면 모순되는 태도들이 보이기도 하죠. JWT Intelligence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 92% 이상이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을 인식하지만, 그중 54%만이 지속 가능한 실천을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2019년 7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도 비슷하게 소비자의 인식과 행동의 모순을 지적했죠. 지속 가능 패션 소비자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 품질 인식 및 패션 성향과 같은 사회적 심리적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패션 소비에서의 망설임

지속가능패션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와 실제 쇼핑 행동 사이의 불일치는 흔히 확인할 수 있는 양상입니다. 
이를 설명하려는 소비자 행동 이론들이 있습니다. 아젠과 피쉬바인(Ajzen & Fishbein, 1975, 1980)의 합리적 행동이론(Theory of reasoned action)은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요인은 태도가 아닌 행동을 수행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합니다. 그 의도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하나는 행동에 대한 개인의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그 행위의 수행이 주변 사람에게도 중요한 사안인지에 대해 느끼는 개인의 인식 또한 중요 역할을 한다는 것이에요. 

또 다른 모델인 카일과 호머(Kahle & Homer, 1988)의 가치-태도-행동계급 (Value-Attitude-Behavior hierarchy)은 개인의 가치가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태도가 행동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하며, 사회, 문화, 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행동연구에 쓰여 지고 있어요. 이런 복잡한 관계가 얽힌 것이 소비 행동이므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단순한 인식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에요. 지속 가능 패션에 대한 의식을 함양하면서도 동시에 패스트 패션을 성장하게 할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런 모순은 패션 산업 자체의 특성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패션은 다른 어떤 소비보다도 정체성 표현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죠. 패션산업은 새롭고 색다른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소비자의 자기표현 욕구를 만족시킵니다. 이에 대해 랩피스키(Laptisky, 1961)는 ‘의복 가치관’이라는 개념으로 패션의 의미를 설명하는데요, 이는 심미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가치를 모두 아우릅니다. 의복을 통해 개인은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시간, 에너지, 돈의 절약을 지향하며, 의복을 통한 차별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주변 사람들과 어우러짐, 사회적 승인을 받고자 하는 것이죠. 

또 다른 점에서 소비자의 심리, 욕구와 밀접하게 연결된 패션 소비는 그 과정에서 문제를 야기하기도 합니다. 패스트 패션에서 비롯되는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몸에 대한 집착, 신체 이미지 왜곡, 섭식장애 등의 심리적 신체적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Ertekin&Atik, 2015). 이런 복잡한 특징을 가진 산업에서 소비자는 망설이고, 모순되는 선택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지속 가능 패션과 관련된 소비자 연구에 대해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소비자들을 유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었어요. 허은주, 한희정(2024)의 “지속 가능 패션제품 구매 경험에 따른 소비자 의식에 대한 질적 연구”는 지속 가능 패션에 대한 인지/관심, 구매 경험 유무가 다른 소비자 25명을 심층 인터뷰한 연구입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지속 가능 패션 구매에 의한 긍정적인 경험을 한 소비자들은 지속 가능 패션제품을 시도하고 구매했다는 것 자체에서 충족감과 만족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런 경험이 재구매로 이어지기도 했죠. 그러나 이 연구에 따르면 지속 가능 패션 소비자라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엔 지속가능성을 우선적인 요소로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디자인에 대한 호감, 실용성 등을 바탕으로 브랜드나 제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후에 지속가능성의 특징에 대해 알게 되며 구매까지 연결된다는 것이죠. 연구 참여자 D는 이렇게 말합니다. “디자인이 독특해서 구매했어요. 이게 다 폐천막, 현수막 그런 걸로 이어 붙인 거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취지도 마음에 들고 디자인도 예쁘고.” 그런데 지속 가능 패션 소비가 소비자들에게 늘 긍정적인 경험을 가져다주지는 않습니다. 부정적인 경험을 한 소비자들은 제품의 내용성, 사용성에 대한 불만족감을 표현합니다. 그에 더해 ‘진정한’ 친환경성에 대해 의심하기도 하죠. 

지속 가능 패션 구매 경험이 없는 소비자의 경우 막연한 불신과 불확신이 있기도 합니다. 지속 가능패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관심이 없는 대다수의 소비자는 지속 가능 패션 제품, 브랜드에 대해 잘 몰랐고, 브랜드 자체는 알더라도 그 브랜드가 지속가능성과 관련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모르기도 합니다. 이런 소비자들에게 지속 가능 패션이 지니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복잡한 제작 과정은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 또한 이 연구는 지적합니다. 친환경 제품의 내구성에 대한 의심, 디자인에 대한 불만족, 기존에 사용하던 것에 대한 익숙함이 새로운 소비 양태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죠. 더 나아가 구조적 요인으로 지속 가능 패션 제품에 대한 노출성과 접근성에 불만을 표한 소비자도 있었습니다. 연구 참여자 Q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단 옷 같은 걸 많이 사는 편도 아니기도 하고 내 스타일의 그런 쇼핑몰들, 내가 원하는 구매처에는 그런 친환경 제품이 없어요.” 


지속가능패션 소비자 유형

김지영&고은주(2019)의 “패션 성향에 따른 지속가능패션 소비 행동에 관한 연구는 패션 성향에 따른 지속 가능 소비 행동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해당 연구는 소비자들의 패션 성향을 세 가지로 유형화합니다. 첫 번째 유형은 패션 리더십, 패션 관심, 의복 중요성, 자기표현의 요인 모두 높은 패션 고관여 집단입니다. 두 번째 유형은 네 개의 하위 요인 모두 중간 수준으로, 패션 중관여 집단입니다. 세 번째 유형은 패션 저관여 집단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지속가능 패션 소비자는 원산지 정보, 기업의 윤리적 생산 관행, 노동 조건 등을 추가로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유형별로 지속 가능 패션 소비 행동을 살펴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첫 번째 유형인 패션 고관여 집단은 지속가능패션을 더 많이 인지하고, 실제 구매 경험도 많았습니다. 패션 성향이 적극적일수록 디자인, 색상, 브랜드 유명성, 유행을 패션 제품 구매 과정에서 더 중요하게 고려하고, 윤리적 기여 부분에 대해서도 더 크게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패션에 적극적인 소비자일수록 지속 가능 패션에 대해 혜택을 높이 지각하고, 지속가능패션에 대한 수용 의사 또한 높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 소비자들은 풍부하고 투명한 정보를 원합니다. 더불어 지속가능패션을 통해 사회적 정체성을 확립하기도 하죠. 새로움과 독특함을 추구하는 패션 소비자들은 지속가능하고 ‘예술적인’ 패션에 더욱 주목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유형인 패션 중관여 집단 또한 잠재적으로는 정보가 제공되면 소비 의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적극성을 발휘한 소비를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이들의 쇼핑/소비 행위가 즐거워야 한다고 전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유형인 패션 저관여 집단의 경우에는 패션 전반에 대한 관여도가 낮기에 지속 가능 패션에 대한 관심도 역시 낮습니다. 이러한 소비자들이 지속 가능 패션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제품 자체의 실용성, 품질 등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 연구는 제안하고 있습니다.


김지영&고은주(2019)의 “패션 성향에 따른 지속가능패션 소비 행동에 관한 연구

윤수인&강혜승(2013)의 “지속 가능한 패션의 산업 현황과 소비자의 소비 행태 연구는 소비자들의 재활용/재사용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핍니다. 그 주요 요인은 '탐색적 가치'와 '의복 추구 혜택'인데, 의복 추구 혜택이란 경제성, 실용성, 사회 인정 추구를 의미합니다. 
이런 요인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패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며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 보고, 유행에 민감하며, 가격과 디자인을 비교하는 소비자, 패션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고 타인에게서 관심을 받고자 하는 소비자일수록 재활용/재사용 제품 소비 경향이 많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연구와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반대로 패션을 고려할 때 실용성, 편안함과 다양한 연출 등을 중시하는 사람의 경우 재사용/재활용 제품 구매 의사가 낮았습니다. 이들은 내구성, 형태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 지속가능 패션 앞에서 망설이게 되죠. 더 나아가 이 연구에서는 지속가능 소비의 유형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재활용/재사용 제품 중에는 빈티지 제품 구매 빈도가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업사이클링, 리폼 제품에 대한 소비였습니다. 또 소비자들은 빈티지 제품을 구매할 때는 그것의 '진귀성'을, 업사이클/리폼 제품을 구매할 때는 '가치성'을 중시한다는 사실 또한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를 종합해서 보면 소비자의 양상이 다양하고, 그렇기에 지속 가능 패션 소비자들을 단 하나의 방식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소비자들의 태도와 행동을 더욱 입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지속가능한 패션을 소비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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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로 살아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