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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24.08.23

전환 VS 절감 에너지를 바라보는 패셔너블한 방법들

Editor’s Note

오랫동안 더위가 이어진 이번 여름,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느라 전기 사용량이 크게 늘었을 거예요. 점점 늘어나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게 되죠.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브랜드가 에너지를 줄이는 것도 필요해요. 패션 브랜드는 어떻게 에너지를 줄여가고 있을까요?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옷을 만들 수 있을까요?

1. 패션이 사용하는 에너지

패션은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이에요. 1톤의 유리를 만들 때와 비교하면 1톤의 섬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10배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죠.1) 패션 브랜드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는 전기 에너지와 열에너지인데, 대부분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예요. 아쉽게도 패션 산업은 에너지 사용량을 잘 알려주지 않는 분야예요. 탄소 배출량을 측정할 때는 Scope 1, 2, 3으로 나누어 계산하는데, Scope 3은 직/간접 탄소 배출을 제외한 모든 탄소 배출에 해당해요. 패션 분야는 Scope 3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기 어렵고, 보고서마다 추정치가 달라지기도 해요.2)

옷을 만드는 과정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원단이나 재료를 생산하는 과정은 38%를 차지하고, 가공과 완제품 생산 단계까지 더하면 71%로 올라가죠. 유통과 브랜드 운영, 사용과 폐기 단계는 약 29%를 차지해요. 다국적 패션 브랜드의 경우 생산비가 저렴한 국가에 제작을 아웃소싱하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쓰이는 에너지가 늘어나기도 하죠. 생산비가 저렴한 국가일수록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비중이 더 크다는 사실도 패션의 에너지 과소비에 영향을 미쳐요. 이런 상황에서 패션 브랜드들은 재생 에너지 사용을 통해 보다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사용량을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독일과 네덜란드, 노르웨이, 프랑스의 4개국이 2014년에 공동 설립한 국제 신기후 연구소(NCI, New Climate Institute)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그 노력이 완벽하지만은 않아요. 보고서는 H&M, 갭, 룰루레몬, 자라, 나이키 같은 거대 브랜드가 이용하는 주요 에너지원의 전기화(electrification) 비율이 낮다고 보고 있어요.3) 아직은 화석연료처럼 환경에 악영향을 크게 미치는 연료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죠.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목표는 세웠으나 실질적인 실천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어요. 약 43%의 브랜드가 재생 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하고 있지만4) 대부분 실제로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대신 REC(재생 에너지 인증서)에 의존한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아요. 아직은 완벽하지 않지만, 재생 에너지 사용을 위한 노력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패션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재생 에너지 전환 노력을 알아볼까요?

2. 재생 에너지 사용을 위한 노력 1) Collective Virtual Power Purchase Agreement(CVPPA)

Collective Virtual Power Purchase Agreement(CVPPA)는 The Fashion Pact의 주도로 세계 75개 패션 브랜드의 CEO가 참여하는 재생 에너지 이니셔티브예요. 깨끗한 에너지를 위한 인프라에 투자함으로써 재생 에너지 도입을 촉진하는 프로젝트죠. 이 이니셔티브에는 패션 업계에 속해 있는 큰 회사와 작은 회사가 함께 참여하면서 에너지와 기술 컨설팅 기관 Guidehouse, 그리고 2050과 파트너십을 맺고 활동하고 있어요. 프로젝트의 목표는 유럽에서 1년에 160,000MWh만큼의 재생 에너지를 더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거예요. 이니셔티브에 속한 멤버들이 재생 에너지 사용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죠. 이니셔티브에 속해 있는 12명의 CEO는 개인적으로 2030년까지 100% 재생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설정했는데, 페라가모, 프라다, 랄프로렌, 언더아머 같은 브랜드가 포함되어 있어요. 그 밖에도 The Fashion Pact는 패션 브랜드들이 2050 넷제로를 달성하는 것을 도우며, 그 과정에서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를 100% 확보하고 2025년까지 주요 원자재의 25%를 기후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것으로 전환하는 일을 돕고 있답니다.

2) Renewable Energy Initiative

Renewable Energy Initiative는 단체 Global Fashion Agenda와 재생 에너지 투자기관 Copenhagen Infrastructure Partners, 그리고 두 곳의 패션 브랜드 Bestseller와 H&M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예요. 방글라데시에 풍력 발전소를 건설해서 풍력 에너지 사용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죠. 매년 725,000톤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고 하며, 지금은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2028년부터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요. 패션 브랜드가 재생 에너지 사용 촉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사례예요.

3) RE100

2020년을 기준으로 15개 패션, 의류, 섬유, 신발 브랜드가 RE100에 참여하고 있어요. 그중 몇 곳을 살펴보면, H&M은 브랜드가 사용하는 전기의 90%를 재생 가능한 전기로 이용해요. LED 전구를 사용하고 난방과 환기 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에너지를 절약하는 기술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죠. 랄프로렌은 2025년까지 재생 에너지로 100%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PVH 그룹은 2025년까지는 50%, 2030년까지는 100%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어요. 나이키 역시 2025년까지 브랜드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시설의 에너지원을 100%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했죠. 나이키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93%를 재생 에너지로 사용하고 있기도 해요. 비록 아직은 대부분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는 방식이지만, 앞으로는 제조 공장에서 직접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지역을 넓혀가겠다고 밝혔어요.9)

4) 인도 정부의 노력

인도 정부는 인도의 재생 에너지를 탈중앙화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어요. 태양광 패널이나 소규모 그리드 설치를 늘리고, 재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등을 통해서 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자 하죠. 섬유 산업의 생산비에서 에너지는 15~20%를 차지해요. 인도에 섬유 산업 종사자가 많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재생 에너지 가격을 낮춰서 재생 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섬유 산업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예를 들어 태양광을 이용하는 타래기(reeling machine)는 1kg의 실을 4~5일에 만들 수 있는데, 기존 방식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고 해요. 이렇듯 인도 정부의 재생 에너지 탈중앙화가 성공한다면 섬유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소규모 영세 업체와 수공업자의 수입을 늘리는 효과도 생길 거예요.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에는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만 있는 게 아니에요. 수작업을 통해 에너지 사용량 자체를 줄일 수도 있고, 작업 공정을 줄여서 에너지가 쓰일 수 있는 여지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죠.

3. 에너지 절감을 위한 노력 1) 타몬

나뭇잎과 가죽 대체 소재로 패션 소품을 제작하는 타몬은 버려진 나뭇잎을 이용한 잎섬유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어요. 타몬은 잎섬유를 만드는 과정부터 완제품을 만드는 것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해요. 잎섬유는 지역 커뮤니티의 농부들로부터 버려지는 티크 나뭇잎을 구매해 이용하고,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끓이고 풀칠하는 방식으로 섬유를 만들죠. 타몬의 제품은 태국 방콕 인근의 공방 네 곳에서 제작해요. 최소 20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4~5명의 작업자들이 천연염료로 염색하고 손바느질로 수작업하면서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어요.

2) ROOP

ROOP는 재고 원단과 빈티지를 이용하는 가방과 헤어 악세서리 브랜드예요. ROOP의 제품은 모두 핸드메이드로 만드는 비건 제품이죠. 주문을 받은 후에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팔리지 않을 재고를 만드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고, 수작업으로 진행하면서 기계 사용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기도 해요.

3) FEIT

핸드메이드 신발 브랜드 FEIT는 소비자에게는 최대의 이익을 주고 지구에는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신발을 만들고자 해요. 천연 소재로 오래 쓸 수 있는 신발을 제작하는 FEIT는 한정된 수량만 제작해 판매하죠. 재고를 최소화해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이에요. 플라스틱이나 해로운 화학물질 없이 코르크 미드솔이나 천연고무 밑창을 쓰면서 환경 오염을 줄이고 있기도 하죠. FEIT가 사용하는 가죽은 식물성 기법으로 태닝해 생분해할 수 있어요. 식물성 태닝 기법은 기존의 태닝 방식에 비해 에너지를 덜 사용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적은 기법이에요.

4) 한림수직과 게센누마 니팅

제주의 한림수직과 일본 미야기현 게센누마의 게센누마 니팅은 핸드메이드로 만드는 맞춤형 뜨개질 제품 브랜드예요. 한림수직은 제주의 오랜 핸드메이드 브랜드를 되살리는 프로젝트이고, 게센누마 니팅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큰 피해를 본 게센누마를 부흥시키는 게 목표였죠. 두 브랜드에는 뜨개 장인이 직접 치수를 재고 주문자의 체형과 취향을 고려해 100% 수작업으로 만드는 니트 제품이 있어요. 한 벌 한 벌 제작하는 스웨터는 지역을 재생시킬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아끼고 환경을 보호하는 움직임에도 함께하고 있어요.

의 해석

패션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을 알고 줄이는 일은 한 사람, 하나의 브랜드만 실천해서 해결될 수 없어요. 가능하다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겠지만,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죠. 2025년까지, 또는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약속한 브랜드가 많아요. 약속을 잘 지킬 수 있을지 함께 응원하면서 지켜봐요!

관련자료

1) The Conscious Club, "Clothing & Energy", <https://www.theconsciouschallenge.org/ecologicalfootprintbibleoverview/clothing-energy>, 2019.06.08. 2) 유재경, "생산부터 폐기까지, 패스트 패션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 에너지움(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https://energium.kier.re.kr/sub020201/articles/view/tableid/enerland/page/1/id/6134>, 2023.06.15. 3) 국제섬유신문, "글로벌 패션 대기업 재생 에너지 사용 저조", 국제섬유신문뉴스, <https://www.itnk.co.kr/news/articleView.html?idxno=73023>, 2024.02.16. 4) Fashion Revolution, "What Fuels Fashion?", <https://www.fashionrevolution.org/resources/transparency/> 5) The Fashion Pact, "Renewable Energy", <https://www.thefashionpact.org/area-of-action/renewable-energy/> 6) The Fashion Pact, "The Fashion Pact accelerates sustainable practices and renewable electricity adoption", <https://www.thefashionpact.org/wp-content/uploads/2023/07/cvppa-press-release.pdf> 7) Global Fashion Agenda, "Renewable Energy Initiative", <https://globalfashionagenda.org/renewable-energy-initiative/> 8) RE100, "RE100 fashion brands gear up for the Climate Decade and share their thoughts on the clean energy transition", <https://www.there100.org/our-work/news/re100-fashion-brands-gear-climate-decade-and-share-their-thoughts-clean-energy>, 2020.02.04. 9) 롱레이블, "나이키(Nike)", <https://www.long-label.com/archive/brand/9> 10) Scarlett Buckley, "The Textile Industry's Transition to Renewable Energy", <https://www.fibre2fashion.com/industry-article/9496/the-textile-industry-s-transition-to-renewable-energy>, 2022.11. 11) 롱레이블, "타몬(THAMON)", <https://www.long-label.com/archive/brand/19> 12) ROOP, <https://www.itsrooper.co.uk/> 13) FEIT, <https://www.feitdirect.com/> 14) 한림수직, <https://iiinjeju.com/product/%ED%95%9C%EB%A6%BC%EC%88%98%EC%A7%81-%EC%9E%A5%EC%9D%B8%EB%8B%88%ED%8C%85%EB%9D%BC%EC%9D%B8-%EC%A3%BC%EB%AC%B8%EC%A0%9C%EC%9E%91%EC%83%81%ED%92%88/322/category/51/display/1/> 15) tryworks.oka,"【미야기현 게센누마시】부흥 지원으로 퍼지는 「게센누마 니팅」의 뜨개질과 구매자", NEFT, <https://jp.neft.asia/ko/archives/7228>, 2022.01.17. 16) 게센누마 니팅, <https://www.knitting.co.jp/en/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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