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ABEL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LONG LABEL
기획
2024.09.12

유럽 VS 한국 지속가능 패션을 실천하는 방법들

Keyword

중고판매(리세일)

1. 지속가능한 의생활

옷을 구매하고 입는 일은 여러분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무슨 옷을 어떻게 구매하고 입는지는 한 사람, 더 나아가서는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줍니다. 개인의 취향을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드러나기도 하죠. 지속 가능한 의생활을 지향한다는 것은 그 안의 많은 문화를 설명해 줍니다. 지속 가능한 의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옷을 둘러싼 문화 그리고 주변의 갖추어진 환경이기도 하죠. 문화와 환경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키곤 합니다. 의류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소비문화가 지배적이라면 그 안에서 지속 가능한 의생활을 행하는 데에는 더 많은 품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고,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소비문화와 의생활이 보편이 된다면 패션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변화시키기가 조금 더 쉬워질 수도 있죠. 최근 몇 년간 패션 산업계에서 지속가능성은 중요 요소로 강조되기 시작했어요. 그 중심에는 대개 유럽 국가들과 브랜드들이 있죠. 예를 들어 베를린, 파리, 밀라노 등에서의 세계적인 패션위크에서도 지속가능성은 패션계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매번 패션 산업에서는 새로운 소재, 혁신적인 시도들을 소개하고 있죠. 이렇게 산업계가 변하는 동안 소비자들의 의생활과 문화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달라지고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유럽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를 살펴보려 합니다.

2-1. 유럽의 패션문화 : Buy Less, Buy Better

‘Buy Less, Buy Better’(덜 소비하고, 더 낫게 소비하라)는 더 나은 질의 물건을 덜 사는 방향의 소비 철학입니다. 유럽 전역에 917개의 매장을 갖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에는 42개, 한국에도 2개의 매장을 두고 있는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지속가능패션 브랜드 컬러풀 스탠다드(Colorful Standard)는 브랜드의 주요 가치로 Buy Less, Buy Better 그리고 Slow Fashion을 지향하고 있기도 하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브랜드인 파타고니아 또한 비슷하게 Buy Less, Demand more의 가치를 내세우면서 덜 사는 대신에 유기농 면, 재활용 소재, 공정무역 등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아홉 가지 방법을 더 요구할 것을 말합니다.

기업의 지향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인식도 지속가능성을 향하고 있어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켄지에서 2020년 실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인 영국과 독일 소비자 중 88%가 패션산업이 환경오염을 줄이는데 더욱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고 답했고, 57%는 그들의 소비 습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60%의 응답자들은 점점 패션 소비를 줄이고 있다 답했죠. 지속 가능한 패션 소비를 위해서 67%는 지속 가능한 소재가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고 63%는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대응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유럽의 지속 가능한 소비 환경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활발한 빈티지/구제 의류의 거래이고요, 다른 하나는 지속가능 소재의 높은 접근성입니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2. 유럽의 패션문화 : 빈티지 쇼핑

한국의 빈티지 쇼핑 마니아들은 유럽에 가면 빠지지 않고 빈티지 쇼핑을 하곤 합니다. 그만큼 다양하고 편리하게 빈티지 제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파리, 베를린 등 거대 패션 도시들에서 빈티지 쇼핑은 관광의 한 종류가 되고 있기도 해요. 공식적 중고 상품을 거래하는 플랫폼뿐만 아니라 도시 전역에서 매주 혹은 매달 열리는 주말 플리마켓들도 소비자들의 주요 쇼핑 공간이 되고 있죠. 베를린의 마우어파크(Mauerpark)와 같은 공원들 혹은 아르콘 플라츠(Arkonaplatz)와 같은 광장은 주말이 되면 플리마켓이 됩니다. 대표적인 도시들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도시 여러 곳곳에서 개인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고 가끔은 무료로 나눔을 하기도 합니다. 오래도록 갖고 있던 애장품, 버려진 것들, 더 이상 입지는 않는 옷들이 바깥의 바람과 햇살 아래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빈티지 쇼핑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개는 경제적인 이유로 그리고 환경적인 이유로 소비하곤 합니다. 싸고 질 좋은 의류를 지속 가능하게 구매할 수 있죠. 빈티지가 하나의 취향, 스타일이 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수십 년간 새로운 물건들이 대량 생산되어 왔으니, 그 제품들에 대한 재거래가 활발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 간의 거래가 주로 이뤄지는 플리마켓을 제외하고 상시로 운영되는 빈티지 샵 브랜드도 여럿 있습니다. 독일의 대표적인 빈티지 샵으로는 HUMANA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리투아니아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독일을 비롯한 벨기에, 헝가리, 터키 등 13개의 국가 전역에 있는 기부 기반 구제 의류 가게입니다. 비영리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므로 수익금은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등의 저소득국 지원 프로젝트에 이용됩니다. 개인 기부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경로를 통해 옷을 수집하고 분류한다고 해요. 그 떄문에 다양한 종류의 옷이 있고, 빈티지 의류의 중요한 특성인 개별성과 유일성을 강조하며 질 좋은 의류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곳입니다. 자체 브랜드로서 “Textilkreis Berlin" 같은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해 매장에서 100% 재활용 티셔츠를 제공하는 시도를 하기도 하고, 구제 의류를 활용한 스타일링 룩북 등을 제시하기도 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만 380개가 넘는 매장이 있으며, 대중들의 이용률도 높은 편입니다.

Oxfam Secondhand Shop은 영국의 빈곤 종식 운동 비영리 단체인 Oxfam에서 운영하는 브랜드인데, 이 또한 유럽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Oxfam 자체가 비영리 활동을 하는 단체인 만큼, 조금 더 윤리적 소비를 강조하고 공정무역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는 등 조금 더 비영리 중심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구매하는 옷의 무게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Kilo Shop, 특정 스타일을 지향하는 빈티지 샵 등 다양한 종류의 빈티지 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빈티지 제품을 사는 것에 이점이 많기는 하지만, 오프라인 공간에 가서 직접 살펴보는 것이 혹자에게는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될 수 있죠. 그 때문에 편의성을 강조한 온라인 빈티지 샵 역시 활발히 이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Momox Fashion, Vinted, 그리고 ebay 중고마켓이 있습니다. 대부분 유럽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고, 개별 거래 및 판매자를 거친 거래가 모두 가능한 경우가 많아 거래되는 품목이 다양하고 규모가 큽니다.

2-3. 유럽의 패션문화 : 지속가능소재 제품

지속 가능한 소재로 된 의류는 유럽에서도 아주 보편적이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개발 중인 단계인 것들이 많고, 합성소재를 대부분 활용하는 등 지속 가능한 소재만의 사용한 제품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보다는 접근성이 좋은 편입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섬유박람회 밀라노 우니카(MU)에는 2019년 참가사의 30%가 지속 가능성 관련 섬유를 출품했다고 합니다. EU가 지속 가능한, 순환하는 섬유에 대한 여러 규제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여러 시도 역시 행해지고 있고, 그 수를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브랜드마다 최소 한두 가지의 지속 가능한 소재를 이용한 제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3. 한국의 비슷한 문화들

지속 가능한 패션은 한국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는 영역입니다. 2022년 롯데멤버스가 20~60대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5%가 '가치소비'를 해보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가치소비'는 패션 산업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 제품 전반에 대한 소비, 보이콧 소비, 기부상품 소비, 슬로건 패션, 플로깅 등을 포함합니다. 이 조사는 패션 소비 경향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소비의 기준과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죠. 실제로 패션 산업에서도 빈티지 의류, 중고 제품 거래는 한국에서도 점점 더 많은 관심을 얻고 있고 그 시장 규모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24조 원으로 추산되었는데 이는 2008년 4조 원에서 6배 성장한 규모입니다.

중고 의류 거래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아름다운 가게는 비영리 목적으로 시작되어 2002년부터 의류를 기부받아 재판매하는 중고 가게입니다. 현재 전국에 110개 정도의 매장이 있고,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봉사자와 참여자들의 꾸준한 관심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입니다. 또 다른 비영리 그룹으로는 다시입다연구소가 있는데요, 이 스타트업은 매장을 갖고 운영되는 것이 아니고 참여자들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때에 직접 중고 물품을 교환하는 플리마켓인 ‘21% 파티'를 운영하도록 지원합니다. 옷장에 평균적으로 입지 않는 옷이 21%가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을 기반으로 기관, 기업 등 다양한 조직 내에서 의류 거래 플리마켓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고 수선 및 리폼 워크샵 등 지속 가능한 의생활 실험을 행하는 공간인 ‘21% 랩'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중고 거래가 활발합니다. 2015년 시작된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2023년 기준 누적 가입자 수 3,600만 명을 달성하는 등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지난해 4월 첫 오프라인 플리마켓 '세컨핸드 이즈 더 뉴 블랙(SECONDHAND IS THE NEW BLACK)'을 열었고 2천여 명의 방문객이 왔다고 합니다.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분사한 ‘크림’, 무신사의 ‘솔드아웃’ 등은 한정판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등장해 리세일 문화를 주도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기존 유통 채널인 백화점에서도 중고 거래 공간이나 매장을 만들고 있는 추세이며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에서는 중고 전문 매장을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빈티지 제품을 판매하는 일반적인 샵들도 늘어나고 있는데, 특정한 액세서리만 파는 곳, 계절별로 판매하는 제품 종류가 달라지는 곳 등 다양한 컨셉과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성수동의 대표 빈티지 샵으로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밀리언아카이브'는 계절별로 다른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봄에는 원피스, 여름에는 하와이안 셔츠, 가을에는 스웨터와 자켓,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스웨터 등을 모아 판매하는 방식이며 다양한 제품을 많은 양으로 판매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빈티지 안경만을 파는 '오래된 숲',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만을 파는 '주코빈티지' 등 합정, 홍대, 성수를 비롯한 서울의 번화가 곳곳에 빈티지 샵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오래된 빈티지 샵이자 플랫폼인 '마켓인유' 또한 2017년 시작돼 현재는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해외에서 직수입한 빈티지 의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곳곳에서 크고 작은 개별 플리마켓이 열리면서 중고 제품을 순환하려는 움직임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이런 움직임에는 젊은 세대의 참여가 압도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아름다운 가게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고 거래 샵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실제 번개장터의 중고 패션 거래 비율을 보면 청년 세대가 약 78%라고 합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젊은 층의 감각에 소구하는 빈티지 샵들이 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의 해석

지속 가능 패션 소비문화에서 주목하고 있는 중고 거래, 빈티지 쇼핑은 유럽과 한국을 막론하고 새로운 감각, 문화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새로운 것을 대량으로 쉽게 만들고 버리는 문화가 아니라 오래된 것에서 취향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더 멋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 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이렇게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면 더 다양한 방식으로의 지속 가능한 패션,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의 전환 역시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관련자료

[1] 독일의 중고 의류 시작 호황 - 독일의 젊은 세대가 중고 의류를 구입하는 이유 https://gutentagkorea.com/archives/88944 [2] 독일의 국가 브랜딩 ‘지속가능성' https://dokbab.com/all/news/10741/ [3] 연합뉴스, "10명 중 8명이 가치소비 해봤다"…MZ세대가 가장 적극적. 2022.07.05 https://www.yna.co.kr/view/AKR20220705024400003 [4] 패션포스트, 유럽 소재 업계, 지속가능 패션을 지속가능 사업으로 만든다. 2019.09.26 https://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special&wr_id=199&ckattempt=1 [5]패션포스트(2023), 패션 중고 시장은 지속성장할 수 있을까 https://fpost.co.kr/board/bbs/board.php?bo_table=special&wr_id=1153&ckattempt=1 [6]The edit, 여기는 찐이야, 성수 빈티지샵 추천 5, 2024.03.08 https://the-edit.co.kr/65873 [7]Berlin Fashion Week Unites Fashion and Sustainability in New, Innovative Formats https://fashionweek.berlin/en/blog/single-news/berlin-fashion-week-verbindet-mode-und-nachhaltigkeit-ininnovativen-konzepten.html [8] McKinsey&Company(2020). Survey: Consumer sentiment on sustainability in fashion https://www.mckinsey.com/industries/retail/our-insights/survey-consumer-sentiment-on-sustainability-in-fashion [9] Second-hand and vintage fashion in Germany - statistics & facts https://www.statista.com/topics/10218/second-hand-and-vintage-fashion-in-germany/#topicOverview [10]The Guardian(2019), Six of Europe’s best cities for vintage and retro shopping https://www.theguardian.com/travel/2019/nov/16/retro-vintage-shopping-shops-markets-berlin-bilbao-naples-boedeaux-helsinki-vienna [11] 오피니언뉴스, [소비가 달라진다] ④'중고거래'의 진화…"체면보다 가성비·희소성". 2022.12.30 https://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451

관련 글
  • '우리 지역에서 옷 만들어 입기' 가능할까요?
    기획

    '우리 지역에서 옷 만들어 입기' 가능할까요?

  • 버리는 옷 VS 버려지지 않는 옷
    기획

    버리는 옷 VS 버려지지 않는 옷

  • 전환 VS 절감
에너지를 바라보는 패셔너블한 방법들
    기획

    전환 VS 절감 에너지를 바라보는 패셔너블한 방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