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에서 옷 만들어 입기' 가능할까요?
아랄해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접경지역에 있는 대규모의 호수입니다. 하지만 NASA에서 공개한 아랄해의 위성 사진을 보면 2000년과 비교했을 때 2015년 호수의 대부분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사막화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고,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현재 중앙아시아 지역의 80%는 사막과 초원지로 구성되어 있죠.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였던 아랄해는 더 이상 아름다운 물색을 내보이지도, 비옥한 토양을 제공하지도, 야생동물의 쉼터가 되어주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 호수의 사막화는 전 세계의 패션산업과 연결되어 있어요. 아랄해의 물을 사용해 생산하는 주요 작물이 목화였기 때문이죠. 면 소재의 모든 의류의 기초가 되는 면화는 중앙아시아의 주요 생산품 중 하나인데, 국내외의 높은 수요에 맞춰 목화를 생산하기 위해 이들은 아랄해의 물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소련연방이 통치권을 갖고 있던 시기부터 시작된 이러한 자원 착취는 냉전 이후 소련연방이 붕괴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져 왔죠. 2014년을 기준으로 아랄해 유역에서 목화를 재배하는 면적은 147만 헥타르 정도 되었습니다. 이는 여의도 면적의 1,750배에 달하는 면적인데요, 목화가 물 집약적인 작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사용한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어요. 더불어 아랄해는 염분을 가진 염호였으므로 물이 마르면서 호수였던 곳이 소금 사막이 되었고, 목화재배를 위해 사용한 살충제 등 화학약품 또한 관리되지 않은 채 토양에 남아있거나 비에 휩쓸려 주변의 생태계를 파괴해 왔죠. UNDP는 이 사막화를 두고서 “가장 믿기 어려운 20세기의 재난"이라고 말하였어요.
‘하얀 금’(White Gold)’라고도 불렸던 목화는 재앙을 불러온 작물이 되었죠. 사막화와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목화 대량 재배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착취 또한 아랄해유역의 문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면화 생산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중요한 경제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매년 수백만의 인구가 이 산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계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인구의 6%가 수확 철이 되면 목화 수집 작업을 행한다고 하는데요,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조직된 계절 활동'입니다. 이들은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의 패션산업을 위한 면화를 생산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선택들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죠. 패션 산업이 연루된 이러한 문제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화는 비식품 작물 중 가장 경제성이 높은 작물이며, 전 세계적으로 수백명의 소작농의 생계유지 수단입니다. 목화를 생산하는 85개국 중 31개국은 저소득국이므로 많은 저소득국의 경제 수단이기도 하지요. 중국, 인도, 미국, 브라질, 파키스탄, 그리고 C4(Cotton 4)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국가들, 베냉, 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에서 80%가 넘는 목화를 생산하고 있죠. 2020년 전 세계의 목화 생산량은 82백만 톤에 달하였어요. UNEP에 따르면 목화는 전 세계 경작 가능 영토의 2.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매년 20만 톤의 살충제와 8백만 톤의 비료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각각 전체 세계 사용량의 16%, 4%를 차지합니다. 더불어, 목화는 다른 섬유 소재에 비해 물 집약적인 작물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기도 해요. 정확한 물 사용량은 재배지의 기후, 토양의 종류, 개수 방법 등에 따라 다르지만,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면 소재 티셔츠를 하나 생산하는 데에 2,700리터의 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것은 한 사람이 2.5년 살 수 있게 하는 양이예요. “2050년에는 10명 중 4명이 깨끗하고 안전한 물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는 WaterAid 활동가의 말을 생각하면, 옷 하나를 생산하는 데에 우리의 수명이 줄어들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이러한 목화재배 산업은 사막화를 비롯한 엄청난 물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요. 가까이에 사막이 없는 우리에게 사막화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 따르면 1980년대부터 5억 명이 넘는 인구가 사막화 발생 구역에 살고 있으며, 32억 명의 인구가 그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해요. 깨끗한 음용수를 찾는 일부터 농업을 비롯한 기타 산업을 운영하는 데에 필요한 물을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위기의식에 UN은 1994년에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를 채택하고 그날을 기념하여 6월 17일을 세계사막화방지의 날로 지정하였습니다.
플라스틱 합성 섬유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천연 섬유에 대한 기대와 수요,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도 해요. 더 나은 방식으로 생산되고 처리될 수 있다면 면화는 충분히 조금은 더 지속 가능한 섬유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들에 대해 살펴볼게요.
면화 생산을 위한 목화밭이 하얀 사막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유기농의 방식으로 면을 생산하려는 노력이 행해지고 있어요. 유기농 목화 재배 농법에서는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단일작물만 키우지 않으며 작물 교체를 하여 토양의 비옥도를 유지시킵니다. 또한 관개 시설을 설치하는 대신에 강우를 이용하기도 하죠. GMO 등 화학적으로 가공된 씨앗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유기농 재배 방법의 하나입니다. 물론 나라마다, 생산자마다 조금씩 다른 방법을 쓸 수 있지만 대체로 이 방법들은 공유하고 있습니다.
유기농 농업을 장려하고 그 방법을 제시하는 인증마크와 이니셔티브도 여럿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GOTS)와 Better Cotton Initiative이죠. GOTS는 전 세계에 유통되는 유기농 섬유의 생산, 가공, 유통 기준을 통합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예요. 생산, 가공, 유통기준과 더불어 사회적 기준과 환경적 기준을 제시하여 유기농 섬유제품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오가닉 섬유에 대한 여러 인증 마크를 제시하고 있어요. Better Cotton Initiative는 면을 생산하는 소농 작업자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방향과 환경 보존을 위한 방향 두 가지를 크게 두 갈래로 삼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면 생산 부문의 지배구조 전체를 지속 가능하게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니셔티브에요. GOTS가 유기농 면 생산에 집중한다면, BCI는 조금 더 큰 층위에서 지속 가능한 면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면화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유기농 면 사용률은 낮은 편이에요. 면화를 사용하는 가장 큰 기업 82개 중 9개의 기업만이 유기농 면 사용률 99%를 달성했다고 해요.
파타고니아는 1996년 이후 모든 면 제품에 100% 유기농 순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토양을 되살리고 농부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재생 유기농 인증(ROC™)을 개발하고 ‘재생 유기농 면 컬렉션’을 통해 재생 유기농 면 의류를 선보였죠. 이 외에도 유기농 인증 받기 전 단계의 목화를 원료로 사용한 전환기 면(Cotton in Conversion), 생산 과정에서 물을 84% 덜 사용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6% 감소시키는 인증된 유기농 면(Certified Organic Cotton), 파타고니아 최초의 재생 유기농 인증 제품인 재생 유기 농업 면 파일럿(Regenerative Organic Certification (ROT) Pilot Cotton) 등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랄프로렌은 FY23에 전체 사용량의 94%에 지속 가능한 출처에서 얻은 면을 사용했어요. 랄프로렌이 사용하는 소재의 80%가 면인 만큼 지속가능한 선택을 하기 위해 더욱 힘쓰고 있죠. 폴로 랄프로렌은 Trust US Cotton Protocol의 멤버로서 미국의 면화 산업이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하고 있기도 해요. 랄프로렌이 런칭한 제품 중 RLX CLARUS Polo Shirt 는 리사이클 코튼이 50%를 차지하는 제품이에요.
베자는 오가닉 코튼을 이용해 신발을 만들어요. 베자의 소재는 주로 브라질에서 생산하는데, 오가닉 코튼의 경우에는 브라질과 페루에서 재생 농업을 이용해 기른 면화를 사용하죠. 베자는 중간 거래처를 생략하고 농장과 직접 거래하면서 농장에 정당한 가격을 제공하려고 해요. 또한 농가가 더욱 지속가능하게 면을 재배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하죠. 베자는 브라질의 NGO ESPLAR와 협업해 면화 생산자들에게 공학적, 기술적 도움을 제공하고 있어요. 브라질 북부 생산지에는 베자에 면화를 제공하는 농장들의 연합도 있어요. ADEC(Associação de Desenvolvimento Educacional e Cultural de Tauá)는 베자에 19년 이상 면화를 판매하고 있는 연합이에요. 브라질에서 거래하는 농장은 국가의 인증을 받은 생산지이며, 페루 농장의 경우는 GOTS, ROC 인증도 취득했어요.
스텔라 매카트니는 2025년까지 지속 가능한 면으로 100% 전환하겠다고 발표했고, 재생 농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으며, 나이키 또한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유기농 면이나 리사이클 면을 이용하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은 사라져가는 옥빛 호수를 하얀 사막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까요?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1] FAO(2023), Gender dimension in the Cotton Sector: Characterising the role of women. https://openknowledge.fao.org/server/api/core/bitstreams/addc9ae2-157a-4102-aa94-e5036993afd6/content [2] FashionUnited, 2023 Cotton Ranking: Only nine fashion companies source cotton sustainably https://fashionunited.uk/news/business/2023-cotton-ranking-only-nine-fashion-companies-source-cotton-sustainably/2023061570023 [3] International Science Council, The environmental impact of cotton production https://council.science/blog/the-environmental-impact-of-cotton-production/ Organic Cotton PLUS https://organiccottonplus.com/pages/learning-center [4] RFE/RL and Chris Rickleton, Central Asia's 'White Gold' Delivering Diminishing Returns, Farmers Complain, RadioFreeEurope/RadioLiberty. 2023.11.24. https://www.rferl.org/a/central-asia-cotton-diminishing-returns/32698749.html [5] Ricoh, Are T-shirts draining our world? A new digital printer supports water conservation, 2019.06.20 https://www.ricoh.com/news/stories/articles/are-t-shirts-draining-our-world [6] Tansy Hoskins, Cotton production linked to images of the dried up Aral Sea basin. The Guardians, 2014.10.01. https://www.theguardian.com/sustainable-business/sustainable-fashion-blog/2014/oct/01/cotton-production-linked-to-images-of-the-dried-up-aral-sea-basin [7] UNCCD, Desertification, https://www.unccd.int/land-and-life/desertification/overview [8] UNEP(2022), Sustainable Fashion: Communication Strategy 2021 - 2024. https://www.unep.org/resources/publication/sustainable-fashion-communication-strategy-2021-2024 [9] 친권필, NASA 위성에 잡힌 메마른 아랄해…'옷 탐욕'이 낳은 대재앙. 중앙일보. 2020.06.16.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803339 [10] 파타고니아, https://www.patagonia.co.kr/our_footprint/organic_cotton